EU의 그린딜 이행을 위한 정책 및 법제 동향
함태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녹색법률센터 회원)
EU 집행위원회는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미래세대가 치르게 될 사회적 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즉, 현재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가 연간 400,000명이며,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숫자가 급증할 것이고, 폭염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가 90,000명 발생할 수 있으며, 5°C 상승 시 유럽연합 내 연간 66,000개의 추가적인 망명 신청이 이루어지고, 4.3°C 상승 시 16%의 생물종이 멸종 위기를 겪게 될 것이며, 매년 50만 명이 강의 범람 위험에 노출되고, 매년 220만 명이 해안침수에 노출되고, 지구 평균 온도가 3°C 증가함에 따라 연간 1,900억 유로의 손실이 예상되고, 전 세계에서 강의 범람으로 집이 유실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연간 5,000만 명에 이를 수 있으며, 폭우・폭설・가뭄・지진 등의 기상 이변은 2050년에 20% 식량가격 상승을 가져올 수 있고, 폭염관련 사망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연간 400억 유로 이상이 될 것으로 보았다.
이에 2019년 12월 11일 EU 집행위원회는 2050년까지 EU 내에서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탄소중립(넷제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방안으로 EU 그린딜을 제시한 바 있다. EU 그린딜은 에너지, 교통, 건물, 산업 등 각 분야별 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포함하여 저탄소·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다양한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EU 그린딜은 연구와 혁신을 기반으로 하여,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EU 경제의 전환이라는 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리고 전환을 위한 재원 확보와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이라는 두 원칙 아래, 2030·2050 EU의 기후 목표 상향, 경제적이고 안전한 청정 에너지의 공급, 청정순환경제를 위한 산업의 변화, 에너지 및 자원 효율적 건축과 리모델링, 지속가능한 스마트 수송으로의 전환 가속화, 공정하고 건강하며 친환경적인 식량 시스템 구축 : ‘농장에서 식탁까지(From Farm to Fork)’,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복원, 독성물질 없는 환경을 위한 오염제로 목표 설정 등을 세부 정책으로 정하고 있다.
EU 그린딜의 이행계획에는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EU는 회원국들마다 사회경제적인 조건이 각기 다르고, EU 그린딜의 세부 전략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며, 이와 관련된 제도적, 법적 조정에 있어서 어려움이 존재한다. 따라서 EU 그린딜 이행계획들이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EU 그린딜 이행에 있어서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 확보의 필요성이 증대하였고, 법제적인 측면에서는 EU 기후법 제정으로 나타났다. 2020년 3월 4일 EU 집행위원회는 EU 기후법 제정을 제안하였는데, 이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전환을 위한 조건을 마련하고 사회구성원들에게 예측가능한 지표를 제시하며 EU 그린딜 이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EU 기후법은 EU의 2050 기후 중립 목표를 법제화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며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의 실천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동법은 기후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방향의 설정, 단계별 일정의 제시, 진전 상황에 대한 평가, 기후 중립 목표에서 벗어날 경우의 메커니즘을 명시함으로서, 기후 중립 목표 달성 및 필요한 정책 제안 등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기후 중립 목표의 법제화를 통하여 기업과 근로자, 투자자,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예측가능성과 신뢰를 제공하고,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하여 EU의 번영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동법은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실천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지속가능발전 이념은 EU 환경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내용으로, 이를 구체화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가지 중 대부분이 EU 그린딜의 내용과도 중첩된다. 이는 곧 SDGs의 실현이 EU 그린딜의 실현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U 기후법은 EU의 기후 중립 목표를 명시하였다는 점, 분야별 세부적인 단계적 일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EU와 각 회원국의 대책을 평가하고 미흡한 경우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거나 회원국에게 권고안을 수용할 책무를 부과하고 있는 점 등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상징적인 입법으로 볼 수 있고, 소위 ‘기본법’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입법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EU 기후법의 규범력을 보다 확보하기 위해 후속적인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였고,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2021년 7월 14일 EU의 기후목표 이행 패키지, 즉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입법안 패키지인 ‘Fit for 55’를 발표하였다. Fit for 55 패키지는 2030년까지 공정하고 경쟁적이며 친환경적인 전환을 추구한다는 목표를 지향하면서 상호 연결된 일련의 제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입법안 패키지는 기후, 에너지 및 연료, 운송, 건물, 토지 이용 및 산림 등 광범위한 정책과 경제 분야에 걸쳐서 기존의 8개 법안을 강화하고, 4개의 신규 법안 및 사회기후기금을 포함하는 5개의 신규 이니셔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탄소 가격결정 관련 4개, 감축목표 설정 관련 4개, 규정 강화 관련 4개, 포용적 전환을 위한 지원대책인 사회기후기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 Fit for 55 패키지의 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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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입법안 패키지인 ‘Fit for 55’는 한국판 그린뉴딜 추진에 있어서 우리에게 방향성과 유용한 입법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Fit for 55 패키지는 공정하고 경쟁력있으며 친환경적인 전환을 추구한다는 목표를 지향하면서 각 분야의 정책과 법령들이 상호 연결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있다. 예컨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적용대상을 신설 및 강화하면서 이와 연계하여 소위 ‘탄소국경세’라고도 불리는 턴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고 있다. 이 제도는 EU 역외로의 탄소누출을 최소화하고 온실가스 배출감축 노력이 미흡한 국가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여 EU 역내 기업들의 불공정 경쟁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안되었다. 동제도는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바, 무역과 환경규제라는 또 다른 쟁점이 제기될 수 있는 Fit for 55의 입법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총회가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데, EU 집행위원회가 Fit for 55를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총회로 가는 길의 중요한 이정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제26차 당사국총회에서는 Fit for 55에 담겨 있는 제안들이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Fit for 55의 시행으로 무역규제 등의 영향을 받게 될 국가들과 주요 쟁점으로 다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이 글은 한국법제연구원 「법연」 2021 가을호 해외법제리포트에 실린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