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칼럼] 딩동-녹색 세탁이 완료되었습니다!

2022년 2월 9일 | 녹색칼럼, 활동, 활동소식

딩동-녹색 세탁이 완료되었습니다! (인턴활동가 한유정)

 

‘리유저블컵’, ‘페이퍼보틀’, ‘비건가죽’. 모두 매력적으로 들리는 말입니다. 소비를 통해 환경에 대한 가치관을 표출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자의 시선을 잡아끌기에는 충분합니다. 그러나 손을 뻗기에 앞서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저 문구가 정확한 정보일까? 과연 나의 소비가 환경에 도움이 될까?

녹색 마케팅 물결이 한국을 덮치면서 친환경, 비건, 녹색 소비가 소비의 한 트랜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녹색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기업의 이미지를 위한 녹색 캠페인을 진행하며, ‘지속 가능한’, ‘탄소 중립’ 등의 표현을 담은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분해되기까지 적어도 50년은 소요되는 또 다른 플라스틱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공인 환경 인증마크가 아닌 비공인 마크로 교묘하게 친환경 제품으로 둔갑한 예도 있습니다. 물론 기업의 이윤 추구행위를 규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소비자는 과연 해당 제품이 친환경적인지, 기업의 광고가 정확한 환경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녹색의 Green과 세탁의 White Washing의 합성어인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은 상품의 환경적 내용에 대한 표시 및 광고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과장하여 기업이 경제적 이익을 취하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부는 2014년부터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과 시행령을 통해 그린워싱을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하여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 정의하고 규제하고 있습니다.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제16조의10(부당한 표시ㆍ광고 행위의 금지 등)

① 제조업자, 제조판매업자 또는 판매자(이하 “제조업자등”이라 한다)는 제품의 환경성과 관련하여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거짓ㆍ과장의 표시ㆍ광고

2. 기만적인 표시ㆍ광고

3.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ㆍ광고

4. 비방적인 표시ㆍ광고

 

그린워싱 규제는 담당부처가 이원화되어 있어, 환경성 관련 표지와 광고는 환경부가 관리·감독하고 광고 위반 사항에 대하여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관리·감독하고 있습니다. 만약 위의 법률을 위반할 경우 시정권고, 시정명령을 통해 잘못된 광고 정보를 바로 잡는 행정적 제재가 가해지며, 과태료 등의 형사적 제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비록 기업의 그린워싱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그린워싱이 행해지는 영역과 형태는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실제로 형사적 고발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며, 소비자에게 그린워싱 표현을 한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환경부의 최근 3년간 환경성 표시ㆍ광고 위반 사례에 따르면 시정명령은 1건에 그쳤고 대체로 시정권고 수준에서 제재가 가해지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적발한 제품들조차 고발로 이어지는 경우는 1건에 불과했습니다. 분명 그린워싱 표시와 광고를 규제 및 처벌할 수 있는 근거 법률이 마련되어 있으나 감독기관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처벌 수준은 강하지 않은 현실이 아쉽습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그린워싱을 어떻게 규제하고 있을까요? 프랑스는 그린워싱 반대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국내선 비행편을 감축하는 프랑스 정부의 ‘녹색 비행기’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이 프랑스발 항공편의 탄소 배출량 중 0.5%가량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그린워싱 행위에 불과하다며 그린피스의 주도로 프랑스 국적기 중 하나를 녹색으로 칠하는 퍼포먼스가 행해진 국가이기도 하죠. 프랑스는 2021년 4월부터 ‘기후와 회복력’ 법안에 그린워싱 관련 법을 위반할 경우 허위 홍보 캠페인 비용의 80%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강력한 규제 내용을 세계 최초로 포함시켰습니다.

국제소비자보호집행기구(ICPEN)는 2021년 500개의 웹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10개 중 4개 꼴로 ‘에코’, ‘지속가능한’, ‘친환경 제품’이라는 단어를 증빙자료 없이 사용하고, 공인된 환경 인증 마크가 아닌 자체 마크를 사용하며, 더 환경친화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특정 환경 지수들을 생략하는 행위를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영국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행위가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오해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법적인 논의로 발전시켰습니다. 영국 공정거래위원회(CMA)는 2022년부터 그린클레임코드(Green Claims Code)을 통해 각종 패션 브랜드의 광고를 조사하여 ‘친환경’, ‘지속가능성’ 등의 문구를 정확한 근거 자료 없이 활용하거나, 상품의 구성 성분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기업들을 색출하여 처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법이 시행됨에 따라 영국 내에서 광고를 하는 기업들은 더욱 명확하게 소비자에게 환경 정보를 전달할 책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바지의 35%가 유기농일 때 ‘유기농 청바지’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음으로, ‘35% 오가닉 면’,이라고 명시하거나 다른 소재의 성분도 함께 명시해야 합니다.

「유럽 최초의 기업 간 그린워싱 가처분 판결」

WHO? 알칸타라(Alcantara) vs. 미코(Miko)

WHEN? 2021년 11월 26일

WHERE? 이탈리아 고리치아(Gorizia) 법원

WHAT? ① 미코 광고의 부적절한 환경 표현 지적 ② 소비자에게 오해의 소지를 불러오는 표현 포함 ③ 알칸타라에 잠재적인 피해를 야기

HOW? 알칸타라의 승리로 미코에 시정 명령

만약 그린워싱 제품을 발견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법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해외에서는 이미 그린워싱과 관련된 고발과 소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럽 최초로 기업 간의 그린워싱 다툼을 법원에서 명시하고 인정한 판결은 2021년 11월, 이탈리아에서 있었습니다. 소비자나 환경 단체가 주체가 되어 기업의 그린워싱을 고발하거나 법적 구속력 없는 기관에 제소해온 것과 다르게, 해당 사건은 이탈리아의 고급 소재 기업인 알칸타라(Alcantara)가 디나미카(Dinamica) 제조사인 소재 기업 미코(Miko)를 대상으로 그린워싱 광고에 가처분 신청을 하여 승소한 사건입니다. 알칸타라는 스웨이드처럼 부드러운 재질로 BMW, 벤츠, 포르쉐 등 자동차의 내부 인테리어 소재로도 잘 알려져 있죠, 알칸타라는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 ‘100% 재활용가능한’, ‘80% 탄소 감축’, ‘환경친화적인’, 등의 8가지 표현에 대한 지적을 합니다. 이탈리아 고리치아 법원은 알칸타라의 주장을 수용하여, 미코의 소재 광고가 ‘친환경’, ‘지속 가능성’,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등의 ‘모호하고, 잘못된, 검증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이와 같은 사실이 과학적으로 검증될 여지가 없으며 알칸타라 기업의 예상되는 피해를 고려하여 해당 표현을 포함한 광고를 즉각적으로 중지하고 해당 내용을 60일 동안 기업 웹사이트에 게시하여 소비자에게 알릴 것을 명령했습니다. 해당 판결은 정확하지 않은 환경적 표현을 사용하여 친환경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으려고 한 그린워싱 광고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아니지만 국가 기관의 심의를 통해, 국제적 석유 기업의 그린워싱 광고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의미 있는 도전들도 있습니다.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법학대학생들이 네덜란드 광고심의위원회에 국제적 석유회사 로얄더치쉘(Royal Dutch Shell)을 과장 광고로 고발한 사건이 바로 그 도전 중 하나입니다. 고객이 1유로를 추가적으로 지불하면 식목 사업 등에 사용될 것이며, 자동차의 탄소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탄소가 감소할 것으로 홍보했던 탄소 중립(Drive CO2 Neutral) 캠페인의 사실관계를 입증하지 못한 회사는 2021년 8월 27일, 광고심의위원회로부터 광고 중단을 권고 받았습니다. 물론 광고심의위원회의 결정은 법적구속력은 없지만, 네덜란드 정부의 탄소 감축 명령 등의 압박이 더해져 로얄더치쉘은 결국 같은 해 11월 본사를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이전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12월, 환경 단체 기후솔루션에서 그린워싱 규제 법률을 근거로 SK E&S의 LNG전 개발 사업 광고가 허위 및 과장 광고라며 해당 기업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고, 환경부에 신고한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린워싱 규제 법안을 토대로 한 소송은 앞으로 더욱 활발히 제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제16조의15(위반사실의 신고 등)

① 환경부장관은 제16조의10제1항 각 호의 행위를 신고 또는 제보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제출한 자에게 예산의 범위에서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 행위 신고포상금 지급 기준」 제4조(신고방법 및 접수)

① 제3조에 따라 신고대상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신고하고자 하는 자는 신고인의 신원(성명, 주소 및 전화번호)과 함께 육하원칙에 따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행위 신고 사이트, 일반전화, 모사전송 및 우편 등을 이용하여 신고하여야 한다.

보다 일상생활에서 개인이 그린워싱에 경각심을 갖고 대응할 수 있는 방안도 있습니다. 그린워싱 광고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에서는 개인이 부당한 환경성 표시 및 광고를 발견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방법 또한 마련하여 2020년부터 신고포상금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제16조의10에 해당하는 환경성 표지 위반 사례를 발견했을 때,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입증 자료와 함께 신고하면 환경부에서는 관련 조사를 실시한 후 신고포상금심의위원회에서 우수 신고는 50만원, 일반 신고는 30만원을 지급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물론 해당 제도의 방법이 국민에게 친숙하지 않고 홍보가 부족하여 소비자의 자율적인 감시 체제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지적은 수많은 환경, 법률전문가들이 소비자의 인식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입을 모았던 것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마련된 법안으로는 국가 차원에서 미묘하고 다차원적인 그린워싱 행위를 모두 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겠죠. 따라서 소비자 개인이 정확한 환경 정보를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근거 없는 표현을 차단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 계속해서 관련 법의 구체화를 국가에 요구해야겠죠. 기업의 그린워싱 행위를 감독하고 처벌할 수 있는 가장 힘 있는 주체는 바로 소비자니까요. 그린워싱이라는 개념을 인지하는 것을 넘어서서, 공인 인증 마크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환경성 표현들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 기업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표면적인 캠페인이 아닌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녹색 소비자를 자극하는 환경 문구들을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생각하고, 그런 후에 지구를 위한 소중한 선택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