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기오염 소송 1차 원고인단 모집을 마감하며
게오르규의 소설 ‘25시’에는 잠수함에서 기르는 토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토끼는 잠수함 내부의 상태가 사람이 살기에 어떠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서의 역할을 한다. 토끼의 삶과 죽음을 통해 잠수함에 남아있는 산소의 양이 사람들이 살기에 어떠한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토끼의 죽음을 목격한 순간 잠수함은 전속력으로 수면 위를 상승해야 한다. 이때는 물위로 오르는 중에 있을 적들의 매복이나 습격을 걱정할 여유조차 없다. 그것이 유일한 살길이기 때문이다. 잠수함을 만들 정도의 기술이 있음에도 그들은 그렇게 전자장비가 아닌 토끼에게 자신의 목숨을 의지하고 있었다.
서울 대기오염 소송에서 스물다섯 분의 원고인단이 확정되었다. 이중 스물한 분이 천식이고 나머지는 기관지염과 만성폐질환등이다. 원고로 참여한 천식 환자들 중에는 2세 때부터 소아천식으로 고생한 분들이 있다. 어릴 때에는 외부자극에 민감하기 때문에 기준치 이내라 하더라도 쉽게 미세먼지에 노출되어 몸에 축전된다. 또 다른 원고는 지방에 살다 서울로 올라 온 후 갑자기 기관지가 나빠진 경우이다. 감기인가 해서 병원에 가니 천식이었다. 이런 분들은 시골로 내려가면 상태가 그나마 나아졌지만 직장 때문에 대도시를 떠날 수가 없었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마저 떠나왔지만, 그사이 건강은 더욱 나빠지게 되고 결국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다. 다시 고향으로 향하는 이들의 몸은 예전 같지가 않다. 일반적으로 천식 환자분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사회로부터의 벽이다. 영화관이나 공연장 같은 문화시설이나 도서관 같은 정숙을 요하는 시설도 마음 편하게 이용하지 못한다. 언제 기침이 터져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 계속 기침이 나와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니 모임에 나가는 것도 부담스럽다. 밖으로 외출하는 일은 서서히 줄어들게 되는데 이렇게 사회로부터 조금씩 격리되는 느낌이란다.
서울에 거주하는 천식 같은 호흡기 환자가 20명중 한명이나 되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더욱 심각해서 4세 미만의 영∙육아들 네 명중 한명이 천식 환자이다. 그들이 질병에 걸린 것은 다만 대기오염의 노출에 일반인보다 좀 더 민감했을 따름이다. 잠수함의 토끼처럼 말이다. 우리 가족 중에 누군가가 질병에 걸렸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들의 고통을 통해 어렵지 않게 우리에게 닥친 위험을 알 수 있다. 현재 운이 좋아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의 면역력이 내일까지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아무도 못한다. 이제 우리는 전속력으로 우리가 타고 있는 잠수함을 수면위로 올려야 할 때다. 모든 가능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 맑은 공기를 들여보내야 할 시간이다. 그것은 궤도를 벗어나 ‘25시’로 가려는 시계바늘을 지속가능한 시간으로 되돌리는 길이다.
환경소송센터 활동가 김 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