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제38기 이동희
1. 들어가는 말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사법연수원에서 제38기 환경법학회장을 맡게 된 나. 사법연수생 1년차로서는 나이가 비교적 많은 편에 속하는 나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은 그저 우리 아이들이 더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조금 더 나아가더라도 내게 있어 환경문제는 남은 술은 하수구에 버리는 것보다는 우리 몸에 버리는 것(?)이 지구를 위해 훨씬 더 좋을 것이라는 말로 술자리가 파할 때까지 남아 있는 내 생활태도의 정당함을 항변하는 도구로서만 의미가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좀 더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날이 오겠지 라는 생각으로.
2. 환경학교 참가
7월 23일부터 시작된 환경학교 프로그램은 내가 좀 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될 그 ‘언젠가’를 앞당겨 주었다. 환경학교 프로그램은 다소 일정이 바빠 보이는 3박 4일 동안 부산, 부안, 서산을 차례로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첫날 부산의 을숙도를 찾아 명지대교 건설현장을 돌아보며 을숙도가 훼손되어 가는 과정과 그 문제점에 대한 설명을 듣고, 둘째 날에는 부안을 찾아 새만금 간척사업의 문제점과 간척사업을 둘러싼 운동이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설명을 듣고, 셋째 날에는 서산 가야산을 찾아 가야산을 관통하는 도로와 송전탑에 관한 설명과 그에 대응하는 지역 주민들의 말씀을 들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하루하루 지나는 동안 조금씩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정리되지 않은 내 생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 을숙도를 찾았을 때는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좋은 것이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왜 을숙도를 그대로 놓아두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 환경문제는 환경을 보호하자는 사람들과 개발을 하자는 사람들 사이의 문제인데 개발을 하자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연 또는 환경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닌가라는 약간은 선악구도와 유사한 이분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러나 둘째 날 새만금 방조제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는 환경문제라는 것이 미국의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가 말하는 것과 같은 윤리적인 문제로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문제 등이 함축된 문제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 자체가 정치적인 환경 속에서 태동되었으며, 그 건설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대립되기도 하였으며, 생물 종의 다양성 또는 지역적 차이가 주변 사람들의 문화생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그것이 다른 지역 문화와 그 지역문화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등의 설명을 들은 것이다. 그러한 설명은 새만금 방조제를 둘러싼 운동이 정말 만만치 않은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기에도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서산 가야산을 찾았을 때에는 이에 더하여 환경문제에는 종교적인 문제도 포함될 수 있고, 역사적인 시각도 필요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과 개발을 둘러싼 여러 이익집단 간의 이해관계의 대립이 환경을 보호하자는 목소리 안에 모두 포섭될 수 있는가? 환경문제는 사회 구성원 다수로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 간의 이익을 조절하는 문제까지도 포함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게다가 장기적이며 역사적인 안목까지 필요한 문제가 아닐까?
다른 한편, 법률전문가로서 살아가게 될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 환경에 관한 관심은 나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떤 이익집단 또는 개인의 환경과 관련된 법률 문제를 대리하여 주장할 기회가 생길 경우에 법적인 문제는 그것의 발생원인이 되는 환경문제의 사회적 의미와 동떨어진 순수한 법률문제일 수 있을까? 어느 한 편의 주장을 대리할 경우에 그런 주장을 함에 있어 한 치의 부끄러움이 없을 수 있을까?
3. 나오는 말
두서없는 느낌을 조금 적어보았다. 어쨌든 2007년은 자연(환경문제를 말할 때의 그 자연)에게 있어 중요한 해인 것 같다. 2007년의 자연 또는 환경에 대한 환경학교 참가자들의 관심 증대는 1992년의 기후변화협약, 1997년의 교토의정서 채택에 버금갈 정도의 환경보전을 위한 지구차원의 노력의 일환이 되지 않을까(환경문제에 대한 지구차원의 노력들은 대개 2나 7로 끝나는 해에 그 결실을 맺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 관심은 지속가능한 것이어야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