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에 지속해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전문가의 능력은 공부로 달성되기보다 꾸준한 관심으로 하나하나 챙겨가며 다져질 때 비로소 가능하거든요. 환경 분야에 관심 있는 평범한 시민으로 열정과 의지를 가져야 하고, 사회참여를 통해 부딪쳐 가다보면 전문가가 될 수 있어요
특집_녹색직업으로 이동하라- 녹색일꾼에게 듣는다 1
녹색가치는 일상에서 찾아야죠
– 환경변호사 이영기 님 –
글 이동근
인천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숨 쉬던 운동가였던 그이는 마흔 중반에 변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장으로 화두를 옮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서초역 근처 법무법인 산하 사무실로 찾아가는 길에 인터넷에서 검색한 약력을 떠올린다. 43회 사법시험 합격, 산재노동행정사건 전문변호사,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운영위원, 환경운동연합 공익법률센터 운영위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환경위원회 위원… 그 가운데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76년 고등학교 졸업과 84년 대학교 졸업’, 그곳에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우선 현재 중점을 둔 환경소송에 대해 물었다. “천식 같은 호흡기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서울시민이 원고입니다. 서울 공기를 맑게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는 서울시와 정부, 대기오염 원인을 제공한 일곱 개 자동차회사를 상대로 대기오염으로 정신과 물질에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대규모 기획소송을 진행하고 있어요. 개별 단체가 소송을 진행하던 관례를 깨고 환경관련 시민단체들과 민변이 공동으로 준비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죠. 저는 간사역할을 해요. 일본에서 승소한 사례가 있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어 승소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최근 맡았던 다른 환경소송은 서민을 위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안에 한전이 변압기를 무작위로 설치해 일어난 손해배상청구 사건이다. 정신지체 증상을 보이는 아이를 원고로 해서 창문 바로 옆 1미터 거리에 있는 변압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전자파가 일으킨 피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이었다. 변압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매향리사격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정신질환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단국대 권호장 교수가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일본을 상대로 소록도 한센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이끌기도 했다. 구마모토 판결을 계기로 고이즈미 당시 총리가 공식 사과하고 법도 제정하여 일본에서 강제 격리되었던 한센인들이 손해배상을 받았다. 이에 고무된 일본 변호사들과 한국 변호사들이 협조해 일제 때 소록도에 강제 격리되었던 한센인들을 원고로 하여 일본 정부를 상대로 동경지방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한 사람당 8천만 원가량 보상을 받았다. 아울러 한센인들을 보호하는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성과도 이루었다. 일제시대 인권탄압과 관련해 일본 정부로부터 배상 받은 예로는 유일하다.
변호사가 된 뒤 녹색가치에 대한 끈을 쥐고 계속 이어가는 힘은 어디서 올까? “시민단체에 몸을 담고 공익소송에만 전념하는 것도 아닌데…”라며 자신을 낮추는 말로 입을 뗀다. 유신시절에 학생운동에 투신하다 강제입대했고, 제대 뒤 노동현장에서 사회참여 활동을 계속했다. 하지만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더 이상 민주화와 노동자의 권익에 머물지 않았다. 이런 시류를 읽고 훗날 사회참여를 이어가기 위해 선택한 것이 사법시험이었다. 환경, 교육같이 미래를 열어가는 주제로 이어지는 사회참여 ‘활동’은 변호사라는 ‘직업’으로 실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그에게 환경, 공익 소송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철에 맞는 옷을 입듯 시대문제를 풀어가는 적절한 길을 모색해온 것이다.
녹색가치를 품고 환경전문 변호사가 되려는 후학들에게 당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환경문제에 지속해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전문가의 능력은 공부로 달성되기보다 꾸준한 관심으로 하나하나 챙겨가며 다져질 때 비로소 가능하거든요. 환경 분야에 관심 있는 평범한 시민으로 열정과 의지를 가져야 하고, 사회참여를 통해 부딪쳐 가다보면 전문가가 될 수 있어요.”
이동근 님은 현재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자원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앞으로 환경분야에서 법률관련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잇다. 선배 녹색일꾼을 만나 일상에서 녹색가치를 풀어가고 일상을 뜨겁게 만나는 삶을 마주했다.
* 본 내용은 작은것이 아름답다에 실렸던 글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