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동계 로스쿨 실무수습 후기

2021년 2월 1일 | 활동, 활동소식

지난 1월 18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진행된 로스쿨 실무수습에 두 명의 로스쿨 재학생과 두 명의 인턴활동가들이 참여하였습니다. 한국의 환경운동과 환경소송, 정보공개청구와 관련한 공익소송, 기후위기에 대한 법적 대응 사례와 방안, ESG 등의 주제로 강의가 진행되었고, 서면 작성과 논문 및 자료 검토 등의 과제들이 주어져 수행하였습니다. 재판 방청과 변호사 생활 전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순서도 마련되어 강의에서부터 실무 전반의 고민까지도 해볼 수 있는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첫번째 후기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건영

 

환경에 대한 관심은 인간으로서의 책임감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교실 창밖으로 바다와 선착장이 내려다보이는 섬마을에서 유년시절을 지냈던 저는, 학교가 끝나면 달리 할 것이 없었으므로 부모님을 기다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운동장이나 도서관에서 보냈습니다. 도서관에서 마주한 세상 중, 제 마음을 가장 강하게 타격한 것은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자신의 과실이 아님에도 결과를 짊어져야 했던 피폭된 아이들의 삶이 부당하다 생각했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제 삶이 대가 없이 얻어졌다는 것에 괴로움을 느꼈습니다. 그 날을 계기로, 저에게 주어진 시간과 능력을 현세대의 과오가 미래세대에 전가되는 무책임한 구조를 바로잡는데 써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녹색법률센터 실무수습 첫날, 우리가 미래세대의 안위를 염려해야만 하는 근거를 무려 헌법 전문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환경정책기본법, 산림기본법 등 다수의 법률은 현세대에게 미래세대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환경문제가 사법 절차로 들어가는 순간, 원고적격이라는 적법요건의 진입장벽에 부딪혔고, 본안 판단으로 넘어가더라도 인과관계 증명 문제에서 줄곧 좌초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실무수습 기간 내내 ‘어떻게 하면 미래세대의 권리가 사법 절차에서 구제될 만큼 구체화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이는 앞으로 법률가가 되어서도 계속해 나가야 할 고민이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녹색법률센터 실무수습 과정은 환경소송의 특성들과,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법률가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의 면면들을 탐색하게 해 주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각자의 위치에서 자연과 우리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변호사님들과 활동가님들을 보면서, 저 역시 그 일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지치지 않고 나아갈 것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어떤 어른으로 거듭나야 미래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현세대가 될 수 있는지 되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뜻깊은 시간을 마련해 주신 변호사님들과 간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두번째 후기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상재

 

사명감이나 확신으로 일한다는 사람을 믿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신념은 비유하자면 소금같은 것이다. 소금만 먹고 살 순 없는 노릇이기도 하고 많은 음식에 소금이 들어가지만 오일 파스타는 소금 안 넣고 해도 맛있더라. 요새는 탄탄한 물질적, 사회적, 인적 기반에 바탕해서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지금까지 생태주의에 관련된 활동을 좋아서 해오고 있었다.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나서도 이 일을 내가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던 와중에 녹색법률센터 실무수습이 많은 도움이 됐다.

돈은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미쳐버리는 너무 흔한 이유라, 항상 최우선순위로 해결책을 고민하는 편이다. 센터 운영위원분들이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면서 경험하셨던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직,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던게 앞으로 내 물질적 기반을 고려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중에 한 분이 비행장 소음관련 소송에 참여한 경험을 이야기 해주신게 인상깊었다. 초창기 관련 소송을 진행 하셨다길래 내심 ‘돈 많겠다’ 싶었다. 대구에선 비행장 소송 하면 배부른 변호사를 생각하고 나도 그러니까. 아니나 다를까, 이후 소송은 그때 하던 공익소송 활동과 추구하는 바가 달라 진행하지 않으셨다고. 이런 낭만이 있는 삶이라면 돈은 좀 못벌어도 괜찮지 않을까?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소장에 대해 피드백 받으면서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생태주의 활동에 아주 열성적인 참여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중에게 발언을 하거나 피켓팅을 할 일이 몇 번 있었는데 유쾌한 경험이 거의 없다. 기후위기 해결이 7년이 남았고 지구가 뜨거워진다 했더니 신천지 취급을 받고 설교를 당하거나 패션좌파 운운 하는 사람한테 욕을 먹은 경험도 있고, 들고 있던 피켓에 주먹질을 받은 적도 있다. 사람들이 무관심할 때 내 역량이 부족하겠거니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인지 어느샌가 패배의식이 쌓였다. 사람들의 인식을 변호사가 변화시킬 수는 있는 건지 모르겠고, 사람들 인식이 바뀌지 않는데 판결이 어떻게 바뀌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생각에 과제로 나온 사건은 실제 사건이었음에도 그냥 시험 보듯 타성에 젖어 과제를 작성했었다. 사회적으로 중요하고 의미가 큰 사건은 사건의 사회적 의미나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언급해주는 걸 선호하신다는, 간단하다면 간단한 피드백이었지만 법률가가 운동으로서 작성하는 소장에서 운동의 당사자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이를 소장에 녹여내야 한다는 취지로 들었고, 법률가의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녹색법률센터 실무수습을 통해 항상 공부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열정적으로 서면을 준비하면서도 운동에서 변호사가 하지 않아야 할 것을 고민하는 것도 인상 깊었다. 내가 누구인지 보다 누구 옆에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던가. 실력 있는 법조인이 되어 녹색법률센터 옆에서 걸을 수 있으면 작은 일이나마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유익했던 이번 실무수습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