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선 변호사의 녹색서재] 자연의 권리를 읽고

2021년 3월 4일 | 녹색칼럼, 활동

[우경선 변호사의 녹색서재] 자연의 권리를 읽고

글. 우경선 변호사(법무법인 자연 변호사,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 녹색연합 공동대표)

 

자연의 권리는 환경변호사이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자원환경지속가능성연구소 부교수인 데이비드 보이드가 쓴 책으로 번역본이 2020년 10월 6일에 초판발행된 따끈따끈한 책이다. 필자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읽지 못하다가 평소 업무적으로 고민하고 있던 자연의 권리라는 제목에 이끌리어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 변호사들과 함께 읽게 되었다.

위 책의 표지에는 ‘세계의 운명이 걸린 법률 혁명’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혁명은 기존의 체제를 전복한다는 의미이므로 법률 혁명은 기존의 법률체제를 전복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자연의 권리 인정여부는 법률혁명이고 이 혁명은 세계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기존의 법률체제에서 권리의 주체는 인간 즉, 자연인과 법인이다. 자연인은 태어나면서부터 하늘로부터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천부인권사상이 17세기 영국의 명예혁명 후 권리장전을 시작으로 미국독립선언, 프랑스대혁명의 인권선언 등을 통해 확립된 법정신에 따라 당연히 권리의 주체이고 법인은 자연인 이외의 것으로써 법률로써 권리능력이 부여된 단체와 재산 등 법적인 독립체를 말한다. 그 외 것 즉, 자연환경, 생태계, 강, 산, 야생동식물 등은 모두 권리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서 소유물 또는 재산이 된다는 의미이다.

위 책의 저자는 자연세계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환경법을 가르치고 그와 관련된 변호활동을 하였으나 자연세계 즉 생태계의 파괴, 이로 인한 많은 생물종의 절멸을 겪으면서 건강한 환경에서 살아갈 인간의 권리를 위해 기존의 법체계는 자연의 권리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을까. 수족관의 범고래는 법적인 권리가 있을까, 야생 범고래는 개체로서나 종으로서 권리를 가질까. 범고래가 속한 생태계는 권리가 있을까, 가축에게 권리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찾고자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세계 각국의 헌법, 판결이나 시민운동 등을 찾아보고 제시하고 있다.

필자도 그동안 4대강소송, 설악산케이블카소송 등 환경소송을 하면서 법령상 보존을 명하고 있는 생태계와 멸종위기종들의 권리를 인정할 수 있을까? 현행 국내법령상 자연의 권리가 인정되고 있을까? 다투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늘 절망스러웠다.

그러나 위 책에서는 지난 수십 여년 동안 멸종위기에 처한 침팬지, 일각고래 등 동식물과 강, 미네랄킹계곡, 테 우레웨라국립공원 등 여러 사례에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자연의 권리를 주장해 온 세계 여러 국가들과 환경변호사그룹, 시민사회단체 등의 노력들과 그들의 노력이 조롱과 비난의 단계를 지나 받아들여지고 확장되고 있는 모습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읽은 후 필자는 인상적인 경험을 하였다. 책의 초반부에는 동물의 권리와 관련하여 동물에게도 지능과 감정, 언어, 기억, 도구의 사용 등 인간과 같은 인간성의 표지가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 부분을 읽은 다음 날 저녁 식사에 돼지고기요리가 올려져 있었다. 그 순간 요리되어 올려진 돼지에게도 감정과 기억이 있다는 책의 내용이 떠올려지며 입맛이 사라지며 더 이상 그 요리를 먹지 못한 경험을 하였다. 물론 며칠이 지나자 돼지의 감정과 기억이 옅어지며 다시 돼지고기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하고 고민하는 만큼 행동도 변화된다.

최근 세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사태, 점점 녹아 없어지는 빙하, 잦은 대형 태풍과 산불, 지진과 긴 장마, 폭염 등 기후위기에 생존의 토대가 되는 자연세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즉, 자연환경 즉 생태계가 단순히 삶의 질을 높이는 요소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뼈아프게 직시하고 있다.

우리와 우리 후손의 생존을 위하여 자연세계를 단지 재산과 소유물의 대상으로만 여기며 파괴와 착취를 일삼던 기존의 삶의 방식에서 자연세계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혁명을 우리의 의지로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연의 혁명을 당할 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어쩌면 현재 자연의 혁명이 진행 중에 있을지도 모른다.

자연의 권리 인정여부에 세계의 운명이 걸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온라인 줌으로 진행한 <자연의 권리> 읽기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