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반의 인턴 생활을 마치며(인턴후기-한해인)

2020년 8월 31일 | 활동, 활동소식

<두 달 반의 인턴 생활을 마치며-인턴 한해인>

 
시작하기 전에는 길게만 느껴졌던 두 달 반 동안의 인턴생활이 오늘부로 끝납니다. 처음 활동을 시작했던 사무실에서 마지막 후기를 쓰자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제가 환경 전반에 자발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환경 관련 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고, 학교에서 환경 관련 과목을 수강하면서 막연하게 ‘환경을 보전해야지.’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반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사회에서 어떤 환경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지, 그 문제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은 무엇인지 말하지도 못할 만큼 무지했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스스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인턴을 시작하기 전에 했던 핀란드 헬싱키 교환생활 덕분이었습니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팬데믹 상황까지 오게 되면서 교환학생으로서 계획했던 모든 활동과 여행이 취소됐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각자의 집으로 예상보다 일찍 떠나기도 했습니다.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던 상황이 지속되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교환생활을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고, 끝까지 남아있던 친구들과 함께 코로나로부터 안전하면서도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친구들과 함께 매일매일 숲을 찾아갔습니다. 야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해지는 저녁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시간을 때우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외딴 곳에 있는 국립공원을 찾아가 하루 종일 걷기도 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간단하게 요깃거리를 싸서 산을 올랐고, 눈이 오는 날에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밖으로 나가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을 하고 난 후 서울에 도착하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동안은 들리지 않았던 서울 도심의 소음, 고층건물에 가려 보이지 않는 산, 점차 없어지는 도시의 나무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헬싱키와 서울은 같은 수도인데도 무엇이 이렇게 다를까 진지하게 고민했고, 이전까지는 편리하다고만 느꼈던 서울에서의 생활이 역설적으로 불편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과 고민들을 하면서 자가격리를 하니 막연하게 환경 관련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녹색법률센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무국에 있었던 시간보다 밖에서 활동했던 시간이 훨씬 더 많게 느껴질 만큼 인턴기간동안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하나라도 더 보게 해주시고, 가르쳐 주려고 하신 변호사님과 간사님 덕분에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했습니다. 특히, 도시공원일몰제와 관련해서 청주 매봉 지역을 방문해서 주민 분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고, 직접 매봉공원을 방문하고, 생생한 삶의 현장을 보고 들으니 불합리한 체계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물론 인턴생활을 하면서 환경문제를 직접 접하다보면 가끔씩은 가슴이 답답해지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최근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극심한 침수 피해가 일어난 구례와 남원 지역을 방문하고, 피해 현장을 보면서 회의감과 무력감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매체를 통해서만 접했던 환경문제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피해 주민들의 증언들을 들으면서 환경으로 인해 기본 권리가 어떻게 위협받을 수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현장을 보면 볼수록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에 무력해지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제가 앞으로 법률가로서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될지 고민하게 되는 기회였습니다.
 
두 달 반이라는 시간은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만큼 귀중하고 소중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녹색법률센터를 만나면서 저는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공익에 대해 생각하고,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소중한 경험들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녹색연합의 활동가분들, 녹색법률센터의 변호사님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선진 간사님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다음번에는 한 명의 법률가로서 현장에서 뵐 수 있길 기대하며 학업에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