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보다 뜨거웠던 2023년 여름, 녹색법률센터의 실무수습교육에 함께한 교육생들의 후기를 전합니다.
◈ 김지윤 실무수습 교육생
- 실무수습에 참여하게 된 계기
학부 시절 환경 관련 국제 협력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며 많은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의미 있는 국제 규약을 만들고 이를 비준하더라도 이행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조인이라는 진로를 정하며 환경은 어느새 저에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로 치부되어 관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작년에 혼자 떠난 유럽 여행에서 기차 옆자리에 앉았던 한 스위스 여성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항공기가 탄소 배출을 너무 많이 한다는 이유로 기차만을 이용하여 여행을 한다던 그분은 스위스에서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가던 기차 안에서 자신이 환경 운동가가 된 계기, 그리고 어떤 일들을 하는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환경 문제 심각하죠, 정도의 상투적 말로 대화를 이어가던 저에게 화를 내시며 왜 남일 이야기하듯 말을 하느냐, 이건 지금 당장 우리 모두가 행동해야 할 문제다, 라고 하셨던 말씀이 그 여행 내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스위스의 산 꼭대기에서 멋진 풍경을 보았을 때였는데, 그런 모습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이 대화 이후 로스쿨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법의 영역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궁금해졌고 그것이 녹색법률센터에서 2주간 실무수습을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환경 문제를 법적으로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 실무수습 후기
실무수습은 주로 운영위원 변호사님들과 녹색연합 활동가님들의 강연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환경 분쟁에서 승소하기가 어렵기에 패소 전문 변호사라고 자조적으로 말씀하시면서도 관련 법적분쟁이나 입법운동에 꾸준히 참여해 오신 변호사님들의 강연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환경권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긴 하지만, 이를 근거로 한 주장은 사실 법정에서는 통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새, 나무 등의 자연물이 소송상의 권리주체로 인정받지 않기에 환경이 파괴되는 것이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임에도 법적으로는 손쓸 수 있는 바가 없을 때가 많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실제로 피해 받는 사람이 있더라도 환경 오염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이미 투입된 자본이 많다는 이유로 또는 경제적으로 기여한 바가 많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의 권리가 무시될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산단지역 건강피해 구제 사례를 검토하는 과제를 수행하며 점진적으로나마 공해 피해자의 인과관계 입증책임이 완화되고 있으며,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정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꺾이지 않는 마음’의 위력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실무수습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폭염으로 인해 현장 답사를 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환경 사건의 답은 현장에 있고, 피해를 회복시킬 수 있는 근거는 조문에 있다”는 최재홍 부소장님의 말씀처럼 환경문제만큼 현장의 위력이 큰 분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새만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수라’ 상영회에 참석하며 간접적으로나마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새만금에 아직 생명이 남아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놀라웠고, 이를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상영회에서 새만금 공항 소송을 담당하고 계신 최재홍 부소장님과 감독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주어져 감사했습니다. 꼭 가을에 새만금 수라 갯벌을 함께 방문하자고 인턴 활동가님들과 약속하며 현장 답사를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 마무리하며..
진로고민이 깊은 1학년으로서 녹색법률센터에서의 실무수습은 저에게 오히려 더 많은 진로 고민을 안겨주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학교에 돌아가 학업에 열중하면서도 녹색법률센터에서의 소중한 경험과 이곳에서 얻었던 교훈들을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강연해주신 운영위원 변호사님들과 활동가님들, 교육 전체를 주관해주셨던 활동가님, 그리고 인턴 활동가 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이영주 인턴 교육생
저는 환경에 관심이 있어 학교에서 환경 전공을 이수 중인 학생입니다. 막연히 환경에 관심이 있어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공부를 계속하다보니 환경이 포괄하는 분야가 매우 다양함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다양한 환경분야를 모두 다루는 환경법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고 관심이 생겨 녹색법률센터 하계인턴활동가를 지원하게 됐습니다.
녹색법률센터 하계인턴활동가로 활동하며 학생 신분으로는 접할 수 없었고 배울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환경법의 기초적인 내용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각국의 기후변화법, 한국의 기후변화법, ESG 법, 환경분쟁사례 등 다양한 내용에 대해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활동가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사육곰 문제와 같이 제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 문제와 그와 관련된 해결 노력에 대해 배우며 정말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 중인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실제 현장 및 실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다양한 환경 분야의 업무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강의를 진행해주신 모든 분들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아직 학생인 저에게 정말 흥미롭게 다가왔고, 이를 통해 제 향후 진로 설정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인턴활동을 했던 입장에서 다른 분들께도 이 활동을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저처럼 아직 구체적인 진로를 정하지 못한 분들께도 다양한 분야의 실무자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환경소송뿐만 아니라 입법 제정, 환경법 연구 또는 환경 분야 활동가분들의 활동, 비영리단체 등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 저는 하계방학을 정말 알차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몇 주간 교육을 담당해주신 활동가님과 강의를 맡아주신 모든 강사분들게 감사 인사를 올리며 후기 글을 마칩니다.
◈ 하승주 인턴 교육생
녹색법률센터에서의 하계 인턴 활동을 통해 환경 관련 변호사의 역할을 탐색하고 우리 주변의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이 마련되는 과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환경 문제를 다루시는 변호사님들을 만나 뵈며 환경법 법률가의 역할과 필요성을 배웠습니다. 평소 환경과 법률가에 대해 각각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환경 변호사’란 무엇인지, 법률가로서 환경 문제에 있어 어떤 활동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습니다. 환경 피해 구제를 위한 소송, 기후변화 관련 연구, ESG 관련 연구, 기업 자문, 입법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신 변호사님들의 경험이 담긴 강의를 들으며, 변호사로서 환경 문제를 다루는 분야와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환경 문제라는 큰 이름 아래에 환경피해, 기후변화, ESG 등의 주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법률가들이 연구, 소송, 입법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며 사회에서 환경 문제를 다루는 법률가의 필요성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환경 사건에 대응해오신 활동가님들을 통해 환경 문제를 다루는 직업인의 태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제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사육 곰, 해양 생태 문제 등에 있어 현장 조사부터 입법 활동까지 다방면으로 활동을 이어오신 활동가님들을 뵈며 항상 관심을 가져왔던 환경 문제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긴 시간 사명감을 가지고 이 분야에서 일해오신 분들을 통해 환경 문제를 바라보니, 이전보다 더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문제를 알게 된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성격’이 이 일을 이어가는 원동력이라는 말씀을 통해 제가 알고 있음에도 지나치고 있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환경 문제에 관한 관심과 변호사라는 직업에 관한 관심으로 참여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선선한 날씨와 자연을 마음껏 즐겼던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뜨거운 한국의 여름에 적응해야 했던 저에게 본 활동은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이전에는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주변 환경을 다시 돌아보고, 제 행동이 주변 또는 멀리에 사는 사람들과 환경에 주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는 태도를 가지며 생활 습관을 조금씩 바꾸게 되었습니다. 또한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이자 신공항 부지인 수라갯벌을 다룬 영화 ‘수라’를 보고, 카메라를 들어야할 곳이 어디인가에 대해 고민해오신 황윤 감독님과 고 이강길 감독님을 통해서 저도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해 볼 기회를 주신 변호사님들과 활동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