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활동가의 녹색서재] 탈핵신문 ‘’기후위기와 탈핵’’

2021년 8월 5일 | 녹색칼럼, 활동

 

 

 

 

박성준 활동가 (녹색연합 에너지전환팀)

 

 

 

전례없는 이상기후에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유럽을 강타한 폭우로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북미와 시베리아는 폭염과 산불에 고통받고 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우리의 생존 문제가 됐다. 

 

과학자들은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를 지목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필요하지만 세계 각국이 내놓은 온실가스 배출 저감 목표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닌지 인류가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핵산업계는 기후위기를 오랜 암흑기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로 보는 듯 하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원인 핵발전으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또 다시 꺼내들었다. 이 책은 핵산업계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접한 이들 중에서도 핵에너지 필요성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을 조명한다. 그들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비교적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핵발전이라는 차악을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모두를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논의를 전개할 수 있는 균형잡힌 관점과 유용한 참고 자료를 제공한다. 책에 담긴 10편의 글에는 얼마 안 남은 시간 동안 핵에너지의 유혹을 뿌리치고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을 마련하고자 하는 저자들의 고민이 담겨있다. 저자들은 입을 모아 ‘기후위기 극복이 먼저다’는 식의 접근이 매우 위험함을 지적한다. 오랜 시간 입체적인 논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핵발전소 가동 문제는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가지고만 판단 할 수 없는 문제임을 강조한다. 

 

생태계에 치명적인 핵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미 핵발전이 청정에너지라는 말은 거짓이지만 이 책은 친절하게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발전소 건설부터 폐기, 원료 생산까지 포함한 전 과정에서 핵발전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심지어 재생에너지보다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연구결과도 제시한다. 

 

세번째 글 ‘유엔 기후체제 협상에서의 핵발전 논쟁사’는 지난 20년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핵발전을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논의해온 과정을 보여준다. 총회가 있을 때마다 국제원자력 기구 등 핵산업계의 로비가 치열하게 벌어졌지만 결국 국제사회는 핵발전이 핵폐기물과 사고 위험, 사회적 수용성 등 명백한 단점이 있는 발전원이라고 판단했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주장만으로는 국제사회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핵발전은 이상기후에 안전할까. 여섯번째 글은 핵발전이 이상기후 속에서 위태로운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해안가에 위치한 핵발전소들은 침수에 대한 아무런 대비가 되어있지 않다. 이미 프랑스, 미국 등 세계 원전들은 이상기후가 원인이 된 고장과 사고를 경험하고 있다. 작년 50일 넘게 지속된 장마 속에서 국내 6기의 핵발전소가 비상정지한 사고는 다른나라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 책은 간결하고 친절한 언어로 핵산업계가 어떤 거짓말로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핵발전을 정당화 하는지 정리해준다. 저자들의 바램처럼 기후위기 대응에 후회없는 방법을 선택하도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